
"야, 여기 진짜 모차르트 나왔던 데 맞아?"
차창 밖으로 보이는 붉은 지붕들 사이로 성 하나가 우뚝 솟아 있었습니다.
그 이름도 길고 어려운 호헨잘츠부르크성(Hohensalzburg Fortress).
하지만 이 도시는 단순히 ‘성 하나’로 설명될 수 없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날, 우리는 천 년을 이어온 시간과 마주했고,
그 속에서 사랑, 음악, 전설, 풍경까지… 다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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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정체 + 현지 가이드의 진심
이날은 슬로베니아 블레드성을 출발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까지 차로 3시간 예정이었지만...
아, 일요일의 유럽 고속도로를 너무 얕봤죠.
차가 멈춘 듯 기어가고, 슬슬 불안해질 무렵...
우리가 가장 걱정했던 건 현지 가이드님.
그런데 도착해보니 18년째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 가이드 분께서
"괜찮아요, 기다릴 수 있어요."
이 한마디에 팀 전체가 감동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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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최초의 차량 터널 – 지크문트 성 요한 터널
저녁식사를 마치고 잘츠부르크 구시가지로 향할 땐
묘하게 긴 터널 하나를 지나갑니다.
이 터널, 이름하여 지크문트 성 요한 터널(Sigmundstor). 무려 1764년에 만든 유럽 최초의 차량 전용 터널이라고 해요.
그 시절에 바위를 뚫어 도시를 연결하다니…
그저 통과만 했지만, 알고 보니 역사의 한복판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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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로 움직이던 푸니쿨라? 진짜임
잘츠부르크의 명물, 호헨잘츠부르크 성에 올라가는 방법은 두 가지.
도보 or 푸니쿨라.
우리는 당연히 푸니쿨라!
재미있는 사실은 이 푸니쿨라가 처음에는 ‘물의 무게 차이’로 움직였다는 것!
위쪽 객차에 물을 채우고, 아래쪽은 비워서 중력으로 아래로 끌어내리며 위쪽 차량을 끌어올리는 방식이었대요.
지금은 전기로 바뀌었지만, 그 원리는 여전히 경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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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헨잘츠부르크 성 – 천 년 고성에서 열린 음악회
성 자체도 대단하지만, 이곳은 천 년 동안 한 번도 함락되지 않은 요새라는 점!
거기다 이 성에서는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이 열광하는 클래식 음악회가 열립니다.
100회 이상 열린 음악회,
단 한 번의 중단은 오직 코로나 시기 단 한 해였고,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이 무대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해요.
우리는 올라가면서
"여기서 콘서트 듣는 거면 진짜 잊지 못하겠지?"
라는 얘기를 나눴고,
그 말처럼 성에서 내려다본 도시 전경은 실로 압도적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인생샷 명소. 사진 찍다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성위에서 바라보는 구시가지

아래 사진은 시간을 공간으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이해하기는 어럽네요.

아래 사진은 공연장이라고 하네요.


아래 사진은 카라얀의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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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베드로 수도원과 절벽 속 카타콤
성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고요한 성 베드로 수도원 묘지가 있습니다.
그 옆 절벽을 자세히 보면,
마치 창문처럼 뚫린 구멍들이 있는데…


가이드님이 말씀하시길,
**이게 바로 ‘카타콤(Catacombs)’**이라고 합니다.
초기 기독교 수도자들이 동굴을 파서 만든 예배 공간이었다고 해요.
지금도 내부 관람이 가능한 신비한 공간이니,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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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와 대성당, 주교의 도시를 말하다
잘츠부르크는 한때 주교가 직접 도시를 다스리던 신정국가였습니다.
그래서 도시 곳곳엔 성당, 수도원, 교회가 즐비하죠.
잘츠부르크 대성당은 모차르트가 세례받은 곳.


성 프란치스카너 교회, 성 세바스찬 교회 등도 건축적으로 매우 인상적이에요.






🎼 게트라이데 거리
건물마다 외벽엔 건축 연도가 새겨져 있는데,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시간 여행이 시작된 듯한 느낌입니다.
아래 사진에 1286이라고 기록되어 있죠 이것 건축 연도라고 합니다.

이 거리에 있는 간판들은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도 어떤 가게 인지 알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하네요.



이 건물에 태권도장이 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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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차르트 생가 – 계급이 나뉜 4층 건물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는
유럽스러운 예쁜 간판과 세월이 담긴 상점들로 유명합니다.
이 거리에는 모차르트가 태어난 생가가 있는데, 놀랍게도 4층 건물입니다.


아래 사진의 손잡이는 오늘 날의 초인종역할을 했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층마다 사는 사람의 계급이 달랐다고 해요.
1층은 부유층 (가게 + 살림)
2~3층은 상류/중산층
4층은 일반 시민층
모차르트가 4층에서 태어났다는 건,
그의 가정이 안정된 중산층 이상이었다는 반증이라고 합니다.
역시 천재는 아무 데서나 안 나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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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차흐 강 – 도나우강 아님 주의! 하지만 예쁨은 도나우급
잘츠부르크 중심을 가로지르는 강은
도나우강이 아닙니다! 이름하여 잘차흐강(Salzach River).
도나우강처럼 웅장하진 않아도,
우리가 호헨성에서 내려와 미라벨 정원으로 걸어갈 때
이 강을 건너며 본 노을과 반영은 그야말로 낭만 그 자체.
강을 따라 걷는 동안,
도시의 조명과 그림 같은 풍경이 마치 수채화처럼 펼쳐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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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라벨 정원 – 금지된 사랑, 그리고 도레미
잘츠부르크 로맨스의 정점은 미라벨 정원.
사실 이 정원은 대주교 볼프 디트리히가
그의 애인 잘로메 알트를 위해 지은 궁전의 일부였습니다.
두 사람은 결혼할 수 없는 사이였지만,
무려 16명의 자녀를 낳았다고 하니, 이건 진심이죠.
그리고 이 정원은 바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명장면인
‘Do-Re-Mi’ 장면이 촬영된 장소이기도 합니다.
계단 오르며 노래 부르기
분수대 주변에서 뛰놀기 등
영화의 명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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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하며 – 잘츠부르크, 다시 걷고 싶은 도시
잘츠부르크는 단순히 ‘모차르트의 고향’이라는 수식어만으론 부족했습니다.
중세의 숨결, 예술의 흔적, 사랑의 전설, 그리고 한 도시가 품은 음악까지.
도착은 늦었지만, 오히려 밤이 되며 이 도시가 가진 고요한 매력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천천히 걸으며 과거를 만나고,
노래하듯 사진을 찍고,
사랑처럼 풍경을 품고 돌아온 하루였죠.
다음에 또 간다면,
이번엔 클래식 콘서트를 꼭 듣고 싶어요.
그리고 다시 한 번, 푸니쿨라를 타고 하늘로 오르듯 올라갈 그 순간이 그리워집니다.
#잘츠부르크#미라벨정원#모짜르트생가#호헨잘츠부르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