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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유넙5국 5일차 지중해의 숨겨진 보석, 트로기르에서 만난 2,300년의 시간여행

by 더지앤지 202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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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해의 에메랄드빛 물결에 둘러싸여 마치 꿈속에서 떠오른 듯한 트로기르. 처음엔 그저 아담한 해변 도시로만 보였는데, 첫 발을 디딘 순간부터 이곳이 살아 숨 쉬는 박물관임을 깨달았습니다. 무려 2,300년의 세월이 돌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는 이곳에서, 매 순간이 시간여행과도 같았어요.

🏛️ 나로드니 광장: 고대 그리스인들이 남긴 첫 번째 무대


트로기르의 심장부인 나로드니 광장에 서니, 기원전 3세기 그리스인들이 이곳을 '팍스구리온'이라 부르며 터를 잡았던 그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 인생샷 포인트**: 고풍스러운 시청사 건물을 배경으로 서면, 마치 중세 귀족이 된 듯한 기분! 아침 햇살이 건물 정면을 비칠 때가 가장 아름다워요.


그리스 상인들이 포도주를 나누며 바다 너머 무역 이야기를 나누던 이 광장에서, 저 역시 현지 와인 한 잔을 기울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혹시 2,300년 전에도 누군가 이 자리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여행의 피로를 달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카메를렝고 요새: 로마 군단의 든든한 방패


15세기에 베네치아인들이 세운 이 요새는 사실 로마 시대부터 이어진 방어 전통의 현대적 완성체입니다. 로마 제국이 아드리아해를 장악하며 트로기르를 요새 도시로 만들었던 그 유산이죠.

**📸 인생샷 포인트**: 요새 꼭대기에서 일몰 시간대에 찍은 실루엣 사진은 정말 드라마틱해요! 빨간 지붕들과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파노라마뷰는 가히 압권입니다.


더워서 성을 올라가지 않았어요.

⛪ 성 로브르 대성당: 라도반의 마법이 깃든 돌의 성서


하지만 트로기르 여행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바로 성 로브르 대성당이었습니다! 특히 13세기 조각가 라도반(Master Radovan)이 1240년에 완성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서쪽 정문은 그야말로 중세 예술의 걸작이에요.



🔥 성 라우렌티우스(로브르)의 장렬한 순교 이야기



우선 이 성당이 왜 '로브르(Lovro)' 성당인지부터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어요. 성 라우렌티우스(Saint Lawrence)는 3세기 로마에서 순교한 성인인데, 그의 죽음은 정말 극적이었습니다.

258년 로마 황제 발레리안의 기독교 박해 때, 교황 식스투스 2세가 순교하자 라우렌티우스는 교회의 재물 관리를 맡고 있던 부제였어요. 로마 당국이 "교회 재산을 모두 내놓으라"고 명령하자, 그는 3일의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모든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마지막 날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데리고 나타나서는 "이들이 바로 교회의 진정한 보물입니다!"라고 선언했죠.

분노한 로마 당국은 그를 **석쇠(gridiron) 위에서 천천히 구워 죽이는** 잔혹한 형벌에 처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라우렌티우스는 고통 중에도 "이쪽은 다 익었으니 뒤집어주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담대했다고 해요. 이 때문에 그는 요리사와 소방관의 수호성인이 되었고, 석쇠가 그의 상징이 되었답니다.

🎭 라도반의 부조에 숨겨진 비밀들


**📸 인생샷 포인트**: 성당 정문 앞에서 정면으로 찍으면 라도반의 조각 작품들이 선명하게 나와요. 특히 아담과 이브가 사자 등 위에 서 있는 모습은 꼭 클로즈업으로 찍어보세요!


라도반의 부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숨어 있어요:

**1. 터번을 쓴 인물들의 등장**
부조 곳곳에 터번을 쓴 동방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13세기는 십자군 전쟁이 한창이던 시대였고, 트로기르는 동서양 문화가 만나는 교차로였어요. 라도반은 의도적으로 기독교와 이슬람, 동방과 서방의 만남을 표현한 거죠.

특히 동방박사들을 묘사할 때 터번을 사용한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진보적인 발상이었습니다. "진리는 하나인데, 그 진리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 같아요.




**2. 아담과 이브, 그리고 사자의 상징**
부끄러워하는 아담과 이브가 두 마리 사자 위에 서 있는 모습은 단순히 성경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사자는 그리스도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용기와 왕권을 의미해요. 즉, 인간의 타락 후에도 신의 은총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거죠.


**3. 계절의 순환과 농민들의 삶**

부조 한편에는 12개월을 상징하는 농민들의 일상이 새겨져 있어요. 씨를 뿌리고, 수확하고, 포도를 따는 모습들... 라도반은 귀족이나 성직자만이 아니라 평범한 농민들의 삶도 신성한 것임을 표현했습니다. 매우 민주적인 발상이죠!

🌅 해안 산책로: 비잔틴의 황금빛 유산


9세기 후반 동로마 제국의 영향을 받으며 트로기르는 또 다른 변신을 했습니다. 비잔틴 건축 양식이 들어오면서 도시 곳곳이 더욱 정교하고 화려해졌죠.

**📸 인생샷 포인트**: 해안 산책로에서 야자수 너머로 황금빛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정말 인스타그램 감! 특히 매직 아워(일몰 1시간 전후)에 찍으면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돼요.


산책로를 걸으며 바라본 석양은 마치 비잔틴 황제의 금관처럼 화려했습니다. 예전에 이곳을 지나던 비잔틴 상인들도 이런 황금빛 노을을 보며 고향을 그리워했을까요?

✨ 트로기르에서 만난 '시간의 마법'


트로기르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역사 박물관이었습니다. 좁은 골목을 걸을 때마다:

- 그리스 상인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 로마 군단의 행진 소리가 메아리치는 것 같았으며  
- 비잔틴 장인들의 정교한 손길이 느껴졌어요

특히 라도반의 부조 앞에서 보낸 시간은 잊을 수 없습니다. 800년 전 조각가가 돌에 새긴 이야기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성 라우렌티우스의 용기, 동서양 문화의 조화, 평범한 사람들의 삶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 여행의 마무리: 별빛 아래서


너무 날씨가 더워 카메를렝고 요새를 멀리서 바라봤습니다.


트로기르에서의 여해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시간을 초월한 만남이었습니다. 역사 속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꿈과 희망을 함께 나누는 경험이었어요.

다음에 트로기르를 방문하신다면, 그냥 사진만 찍고 지나치지 마시고 꼭 시간을 내어 라도반의 부조를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그리고 해안 산책로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이 도시가 품고 있는 2,300년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세요.

분명 저처럼 트로기르의 마법에 빠지게 될 거예요! 🌟

#트로기르#동유럽5국여행#크로아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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