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을 읽다 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표현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3장에도 그런 말씀이 있습니다.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 고린도전서 3:16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울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이 세상에서 지혜 있는 줄로 생각하거든 어리석은 자가 되라”
— 고린도전서 3:18
이어지는 말씀에서는 더욱 의외의 표현이 등장합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사람을 자랑하지 말라 만물이 다 너희 것임이라”
— 고린도전서 3:21
왜 하나님의 성전이라는 이야기와 세상의 지혜, 그리고 사람을 자랑하지 말라는 말씀이 한 장 안에서 함께 등장할까요?
그 배경에는 고린도 교회의 분열과 인간 중심적인 신앙이 있었습니다.
고린도 교회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고린도전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교회의 상황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린도 교인들 가운데에는 특정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분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바울을 따르고, 다른 사람은 아볼로를 따르며, 또 다른 사람은 게바를 내세웠습니다.
오늘날의 표현으로 바꾸어 생각하면,
“나는 이 목회자의 말씀을 따른다.”
“나는 저 지도자의 가르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라는 식으로 신앙 공동체 안에서 서로 편을 나누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바울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사람을 바라보는 신앙과 세상의 지혜를 자랑하는 태도에서 찾았습니다.
하나님의 성전이라는 말의 의미
고린도전서 3장 16절에서 바울은 성도들에게 자신들이 하나님의 성전이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시의 문맥입니다.
이 말씀은 개인의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라는 교훈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구절이라기보다, 성령께서 거하시는 교회 공동체를 훼손하지 말라는 의미가 중심입니다.
성전은 하나님의 임재와 관련된 장소였습니다.
따라서 바울이 교회를 하나님의 성전이라고 부른 것은 교회 공동체가 단순한 인간들의 모임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거룩한 공동체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회 안에서 서로를 향해 경쟁하고 분열하는 행동은 단순한 인간관계의 갈등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에게 매우 엄중하게 경고합니다.
어리석은 자가 되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고린도전서 3장 18절에서 가장 눈에 띄는 표현은 바로 이것입니다.
“어리석은 자가 되라.”
그렇다고 성경이 무지나 무식을 권하는 것은 아닙니다.
바울이 문제 삼는 것은 지식 자체가 아니라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지혜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는 태도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하나님보다 자신의 판단을 더 신뢰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복음은 인간의 자랑을 무너뜨립니다.
특히 십자가는 세상의 관점에서 보면 약함과 실패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성경은 그 십자가를 하나님의 구원하시는 능력으로 선포합니다.
따라서 “어리석은 자가 되라”는 말은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상의 평가에서 어리석게 보이는 한이 있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라는 뜻입니다.
내 판단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우선하고,
내 능력보다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며,
내가 모든 것을 안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
이것이 바울이 말하는 참된 지혜의 방향입니다.
세상의 지혜와 하나님의 지혜는 다를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지혜로운 사람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 말을 잘하는 사람,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지혜는 단순한 지식의 양과 다릅니다.
성경적 지혜는 하나님을 인정하고 그분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능력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높이 평가받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는 반드시 가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세상에서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믿음과 순종이 하나님 앞에서는 매우 귀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바울이 고린도 교인들에게 요구한 것은 자신의 지혜를 없애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혜를 하나님보다 높은 자리에 놓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람을 자랑하지 말라"는 이유
고린도전서 3장 21절에서 바울은 명확하게 선언합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사람을 자랑하지 말라”
여기에서 ‘자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어떤 사람을 칭찬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특정 사람을 자신의 신앙적 기준으로 삼고, 그 사람과의 관계를 자신의 우월함이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삼는 태도를 경계하는 것입니다.
목회자를 존경하는 것과 목회자를 절대화하는 것은 다릅니다.
신앙의 선배를 본받는 것과 그 사람을 믿음의 중심에 놓는 것도 다릅니다.
좋은 하나님의 일꾼을 귀하게 여길 수 있지만, 그 사람에게 영광이 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종은 하나님을 가리켜야지 자신을 바라보게 해서는 안 됩니다.
만물이 다 너희 것이라는 말씀은 무엇을 뜻할까?
21절의 후반부는 더욱 독특합니다.
“만물이 다 너희 것임이라”
이 말을 문자적으로만 읽으면 성도에게 세상의 모든 소유권이 있다는 뜻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22절과 23절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바울은 바울이나 아볼로, 게바뿐만 아니라 세계와 생명과 사망, 현재의 것과 미래의 것까지 모두 언급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너희는 그리스도의 것이요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것이니라.”
— 고린도전서 3:23
여기에 이 말씀의 핵심이 있습니다.
성도가 만물의 절대적인 주인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성도가 그리스도께 속해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주관하시는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목적 안에서 성도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성도가 특정 사람에게 매여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바울도 하나님의 종이고, 아볼로도 하나님의 종이며, 게바도 하나님의 종입니다.
그들을 소유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들을 사용하신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고린도전서 3장 16~23절의 흐름
이 부분을 한꺼번에 읽으면 바울의 논리가 훨씬 명확해집니다.
첫째, 교회는 하나님의 성전입니다.
성령께서 거하시는 공동체이므로 분열과 파괴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둘째, 인간의 지혜를 자랑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인간의 지혜가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특정한 사람을 중심으로 편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바울이나 아볼로는 교회의 주인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꾼입니다.
넷째, 성도의 궁극적인 소속은 그리스도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교회와 성도에게 주는 교훈
고린도전서의 상황은 약 2천 년 전의 이야기지만 오늘날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 특정 인물을 지나치게 높이거나, 사람의 능력과 명성을 기준으로 신앙을 평가할 때 우리는 고린도 교회의 문제를 다시 반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성경 지식이나 신앙 경력을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 바울이 경고했던 인간적인 자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에서 중요한 질문은
“나는 누구의 편인가?”
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나는 누구에게 속해 있는가?”
입니다.
성경은 그 답을 분명하게 제시합니다.
“너희는 그리스도의 것이요.”
결국 우리가 붙들어야 할 말씀
고린도전서 3장은 사람을 무시하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좋은 목회자를 존경하지 말라는 것도 아닙니다.
성경 지식을 쌓지 말라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바울이 강조하는 것은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는 것입니다.
사람은 하나님의 일꾼입니다.
지식은 하나님을 섬기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교회는 성령께서 거하시는 공동체입니다.
그리고 성도의 주인은 오직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므로 사람을 지나치게 높이지 않고, 자신의 지혜를 자랑하지 않으며,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겸손하게 서야 합니다.
고린도전서 3장 23절의 말씀은 이 모든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합니다.
“너희는 그리스도의 것이요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것이니라.”
결국 신앙의 중심을 사람에게 두지 않고 그리스도께 두는 것, 이것이 고린도전서 3장이 오늘 우리에게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